시집 읽고나면, 인상에 남는 시 몇 편 올리게 됩니다. (내기준 ^^)

이번에 출간한 안도현 시집 북항을 읽게 되었는데요, 이번에는 정치적 내용을 풍자한 시도 몇 편있더군요!!

 

시 한편, 한편이 많은것을 의미해 주는것 같습니다!!

그래서 시가 좋나봅니다!!

 

이번 안도현 시집 중에서 북항, 명궁(名弓)이란 시를 올려봅니다!!

 


북항

 

나는 항구라 하였는데 너는 이별이라 하였다

나는 물메기와 낙지와 전어를 좋아한다 하였는데

너는 폭설과 소주와 수평선을 좋아한다 하였다

나는 부캉, 이라 말했는데 너는 부강, 이라 발음했다

부캉이든 부강이든 그냥 좋아서 북항,

한자로 적어본다, 北港, 처음에 나는 왠지 北이라는

글자에 끌렸다 인생한테 패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디로든지 쾌히 달아날 수 있을 것 같았다

모든 맹서를 저버릴 수 있을것

같았다 배신하기 좋은 북항,

불 꺼진 삼십 촉 알전구처럼 어두운 북항,

포구에 어선과 여객선을 골고루 슬어놓은 북항,

이 해안 도시는 따뜻해서 싫어 싫어야 돌아누운 북항,

탕아의 눈 밑의 그늘 같은 북항,

겨울이 파도에 입을 대면 칼날처럼 얼음이

해변의 허리에 백여 빛날 것 같아서

북항, 하면 아직 블라디보스토크로 가는 배편이

있을 것 같아서 나를 버린 것은 너였으나

내가 울기 전에 나를 위해 뱃고동이 대신 울어준

북항, 나는 서러워져서 그리운 곳을 북항이라

북항이라 하였는데 너는 다시는 돌아오지 못한다 하였다

 


 

명궁(名弓)

 

천리 밖 허공을 날아가는 새의

심장을 맞춰 떨어뜨릴 줄 아는

名弓이 있었다 하루에 한 번씩

해를 쏘아 서산 너머로 떨어뜨

리고 한 달에 한 번씩 뜨는 보름

달을 쏘아 허공에 먹물을 칠하 

고 한 달에 한 번씩 여자를 쏘아

피를 흘리게 하고 일 년에 한 번

씩 이 세상의 모든 벽에 걸려

있는 달력을 쏘아 시간을 떨어

뜨릴 줄 알았다 별은 그의 화

살이 날아가 꽂힌 자국들이었

다 신은 뿔이 났다 허공에 송

송송 구멍을 내는 그가 괘씸하

여 신은 다시는 활을 쏘지 못

하게 그의 두 팔을 잘라버렸다

그때부터였다 팔짱을 끼고 강

건너 불구경하는 사람들이 생

겨난 것은 그들이 한때 名弓이

었다는 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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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일기 1 / 바오밥의 추억 - 마종기  (0) 2011.09.27
Posted by 원호씨와 함께하는 감성여행 원호씨와 함께하는 감성여행

요즘 날씨가 너무 좋아 가을이 왔음을 하루하루 느끼게 되네요!! 
우리는 서로 부르고 있는 것일까 - 마종기시집에서 가슴에 와 닿는 시 몇 편 올려볼까 합니다.

포르투갈일기 1

돌아서 오느라 좀 늦었을 뿐인데
도시는 벌써 바다를 지나쳐버리고
나는 지브롤터를 거쳐 도착했다.
나보고 지금 외롭냐고 물었나?

항구에는  비가 헤매고, 가로등 하나 없는
자갈 포장길을 줄줄이 내려 가서
어두운 지하 식당에서 저녁을 받았지만
생선 요리에 허기진 밥까지 놓고도
습기 찬 화도의 음악에 목이 메었다.

망토를 두른 늙은 가수는 뒤돌아서서
노래를 하는 건지 한숨으로 우는 건지
아니면 밤비가 노래를 적시는 것인지
돌보다 무거운 비에 내 몸이 아파왔다.
나보고 지금 외롭냐고 물었냐?

물론이다. 나도 한때는
주위의 인간을 뛰어넘으려고
장대를 길게 잡고 높이 뛰었다.
부끄럽지만 그때 눈을 빛내며
내가 내려다본 것은 무엇이었을까.

이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시간이 좀 늦었을 뿐인데, 돌아온
항구에는 드문드문 긴 밤이 서 있고
졸음 가득찬 자갈 포장길이 중얼거리며
노숙에 지친 나를 앞서 가고 있다.



추억


왜 그렇게도 매일 외울 것이 많았던지
밤샘의 현기증에 시달리던 나이,
큰 바오밥 나무를 세 개나 그려
소혹성 몇 번인가를 가득 채워버린
그 그림 무서워하며 헐벗은 날을 살았지.

그 후에 가시에도 많이 찔리고
허방에도 많이 빠지고
녹슨 못을 잘못 밟아 피 흘리면서
창피한 듯 눈치껏 피해만 다녔지.
나는 그렇게 살아냈어. 너는?

하느님이 제일 처음 심었다는 나무.
뿌리가 하늘을 향해 물구나무 선 채로
늙은 의사가 되어서야 지쳐서 만난
아프리카 초원의 크고 못난 다리,
안을 수도 없어 어루만지기만 했는데
밀가루 같은 추억이 주위에 흩어졌어.

밥이 되는 열매와 야채가 되는 잎,
나이테도 아예 없애고 둥치만 커지는
주위로는 대여섯 개 문이 닫혀 있는데
안내원은 더위에 덮인 목소리를 뽑으며
이것이 아프리카의 수장(樹葬)이라고 했지.

 큰 바오밥을 만나니 무섭기보다는 목이 메인다. 둥
치를 뚫고 나무에 구멍을 만들어 시체를 그 속에 밀어
넣고 핀막이로 입구를 못질해 막으면, 열대의 초원에
우뚝 선 바오밥은 시체를 잠재워준다. 못질한 막이도
어느새 구별되지 않는다. 천 년 이상 이렇게 사람을
안아주었으니 얼마나 많은 시체가 한 나무에서 살다가
나무가 되었을까.

나무가 되어버린 인간들은
남은 살과 피로 열매를 만들며
추억을 수액에 섞어 마신다.
인간이 나무 속에 들어가는 동네,
잡초까지 이상하게 물구나무선다.
둥치의 긴 척추가 우리들의 날같이
귀환의 낮과 밤을 비추어준다.
축복처럼 아프게 행복하다.



요즘 바쁜 일상속에서 시 한편이 마음의 위로가 되어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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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원호씨와 함께하는 감성여행 원호씨와 함께하는 감성여행

언덕들 사이 한 거대한 운석隕石이 누워 있다.

이끼가 무성히 자란 그 돌은,

바람과 비의 가벼운 터치에 깎여

부드러운 윤곽을 하고 있다.

이렇게 땅Earth은 별똥의 재를

문제없이 소화해 내고,

달 저편에서 온 그 손님을

어느 영국 주州의 토박이로 만든다.

이들 방랑객들이 땅의 품을

자신에게 적합한 처소로 여기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땅을 이루고 있는 모든 분자는

본디 다 바깥 우주로부터 온 것들이기에.

땅은 전에는 다 하늘이었다.

땅은 고대의 태양으로부터,

혹은 그 태양 가까이를 지나가다가 그 불꽃에 휘감긴

어느 별로부터 내려온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도 뒤늦게 떨어져 내리는 것들이 있다면

땅은 전에 그 거대하고 찬란한 소낙비에 대해 그랬던 것처럼

지금도 그것들에 대해 자신의 조형력造形力을 발휘한다.

C.S.L

<시간과 조류 Time and Tide>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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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 유치환

Life Talk/Book 2011.06.19 21:52 |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유치환님의 행복이란 시네요!!
블로그에 올린줄 알고 찾다가 없어서 올려봅니다:)



행복

                                   - 유치환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에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더 의지 삼고 피어 헝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망울 연련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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