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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현시집 북항, 명궁(名弓)

Life Talk/Book

by Wono`s Travel Talk 2012. 8. 8.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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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읽고나면, 인상에 남는 시 몇 편 올리게 됩니다. (내기준 ^^)

이번에 출간한 안도현 시집 북항을 읽게 되었는데요, 이번에는 정치적 내용을 풍자한 시도 몇 편있더군요!!

 

시 한편, 한편이 많은것을 의미해 주는것 같습니다!!

그래서 시가 좋나봅니다!!

 

이번 안도현 시집 중에서 북항, 명궁(名弓)이란 시를 올려봅니다!!

 


북항

 

나는 항구라 하였는데 너는 이별이라 하였다

나는 물메기와 낙지와 전어를 좋아한다 하였는데

너는 폭설과 소주와 수평선을 좋아한다 하였다

나는 부캉, 이라 말했는데 너는 부강, 이라 발음했다

부캉이든 부강이든 그냥 좋아서 북항,

한자로 적어본다, 北港, 처음에 나는 왠지 北이라는

글자에 끌렸다 인생한테 패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디로든지 쾌히 달아날 수 있을 것 같았다

모든 맹서를 저버릴 수 있을것

같았다 배신하기 좋은 북항,

불 꺼진 삼십 촉 알전구처럼 어두운 북항,

포구에 어선과 여객선을 골고루 슬어놓은 북항,

이 해안 도시는 따뜻해서 싫어 싫어야 돌아누운 북항,

탕아의 눈 밑의 그늘 같은 북항,

겨울이 파도에 입을 대면 칼날처럼 얼음이

해변의 허리에 백여 빛날 것 같아서

북항, 하면 아직 블라디보스토크로 가는 배편이

있을 것 같아서 나를 버린 것은 너였으나

내가 울기 전에 나를 위해 뱃고동이 대신 울어준

북항, 나는 서러워져서 그리운 곳을 북항이라

북항이라 하였는데 너는 다시는 돌아오지 못한다 하였다

 


 

명궁(名弓)

 

천리 밖 허공을 날아가는 새의

심장을 맞춰 떨어뜨릴 줄 아는

名弓이 있었다 하루에 한 번씩

해를 쏘아 서산 너머로 떨어뜨

리고 한 달에 한 번씩 뜨는 보름

달을 쏘아 허공에 먹물을 칠하 

고 한 달에 한 번씩 여자를 쏘아

피를 흘리게 하고 일 년에 한 번

씩 이 세상의 모든 벽에 걸려

있는 달력을 쏘아 시간을 떨어

뜨릴 줄 알았다 별은 그의 화

살이 날아가 꽂힌 자국들이었

다 신은 뿔이 났다 허공에 송

송송 구멍을 내는 그가 괘씸하

여 신은 다시는 활을 쏘지 못

하게 그의 두 팔을 잘라버렸다

그때부터였다 팔짱을 끼고 강

건너 불구경하는 사람들이 생

겨난 것은 그들이 한때 名弓이

었다는 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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