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백석 시집을 읽었습니다.

읽으면서 백석이란 분이 대단한 천재 시인이란걸 글을 통해 느낄수 있었습니다.

몇 몇 작품 올려보겠습니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燒酒를 마신다
소주燒酒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남신의주南新義州유동柳洞박시봉방朴時逢方

어느 사이에 나는 아내도 없고, 또,
아내와 같이 살던 집도 없어지고,
그리고 살뜰한 부모며 동생들과도 멀리 떨어져서,
그 어느 바람 세인 쓸쓸한 거리 끝에 헤매이었다.
바로 날도 저물어서
바람은 더욱 세게 불고, 추위는 점점 더해 오는데,
나는 어느 목수木手네 집 헌 삿을 깐,
한 방에 들어서 쥔을 붙이었다.
이리하여 나는 이 습내 나는 춥고, 누긋한 방에서,
낮이나 밤이나 나는 나 혼자도 너무 많은 것 같이 생각하며,
딜옹배기에 북덕불이라도 담겨 오면,
이것을 안고 손을 쬐며 재 위에 뜻없이 글자를 쓰기도하며
또 문 밖에 나가지두 않고 자리에 누워서,
머리에 손깍지 베개를 하고 굴기도 하면서,
나는 내 슬픔이며 어리석음이며를 소처럼 연하여 쌔김질하는 것이었다.
내 가슴이 꽉 메어 올 적이며,
내 눈에 뜨거운 것이 핑 괴일 적이며,
또 내 스스로 화끈 낯이 붉도록 부끄러울 적이며,
나는 내 슬픔과 어리석음에 눌리어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을 느끼는 것이었다.
그러나 잠시 뒤에 나는 고개를 들어,
허연 문창을 바라보든가 또 눈을 떠서 높은 천장을 쳐다 보는 것인데,
이 때 나는 내 뜻이며 힘으로, 나를 이끌어 가는 것이 힘든 일인 것을 생각하고,
이것들보다 더 크고, 높은 것이 있어서, 나를 마음대로 굴려 가는 것을 생각하는 것인데,
이렇게 하여 여러 날이 지나는 동안에,
내 어지러운 마음에는 슬픔이며, 한탄이며, 가라앉을 것은 차츰 앙금이 되어 가라앉고,
외로운 생각만이 드는 때쯤 해서는,
더러 나줏손에 쌀랑쌀랑 싸락눈이 와서 문창을 치기도 하는 때도 있는데,
나는 이런 저녁에는 화로를 더욱 다가 끼며, 무릎을 꿇어보며,
어니 먼 산 뒷옆에 바우섶에 따로 외로이 서서
어두어 오는데 하이야니 눈을 맞을, 그 마른 잎새에는
쌀랑쌀랑 소리도 나며 눈을 맞을,
그 드물다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라는 나무를 생각하는 것이었다.



고독孤獨

나는 고독과 나란히 걸어간다
휘파람 호이호이 불며
교외郊外로 풀밭길의 이슬을 찬다

문득 옛일이 생각키움은 -
그 시절이 조아졌음이라
뒷산 솔밭 속에 늙은 무덤 하나
밤마다 우리를 맞어 주었지만 어떠냐!

그때 우리는 단 한 번도
무덤 속에 무엇이 묻혔는 가를 알려고 해 본 적도 느꺄 본 적도 없었다
떡갈나무 숲에서 부엉이가 울어도 겁나지 않었다

그 무렵 나는 인생의 제1과第一課를 즐겁고 행복한 것으로 배웠다
나는 고독과 나란히 걸어간다
하늘 높히 단장短杖 홰홰 내두르며
교외郊外 풀밭길의 이슬을 찬다
그 날 밤
성좌星座도 곱거니와 개고리 소리  유난유난 하였다
우리는 아무런 경계도 필요없이 금金모래 구르는 청류수淸流水에 몸을 담갔다
별안간 뇌성벽력雷聲霹靂이 울부짖고 번개불이 어둠을 채질했다
다음 순간 나는 내가 몸에 피를 흘리며 발악했던 것을 깨달었고
내 주위에서 모든 것이 떠나 갔음을 알았다

그때 나는 인생의 제2과第二課를 슬픔과 고적孤寂과 애수哀愁를 배웠나니
나는 고독과 나란히 걸어간다
깃폭인양 옷자락 펄펄 날리며
교외 풀밭길의 이슬을 찬다

낙사랑絡絲娘의 잣는 실 가늘게 가늘게 풀린다
무엇이 나를 적막寂寞의 바다 한가운데로 떠박지른다
나는 속절없이 부서진 배 쪼각인가?
나는 대고 밀린다
적막寂寞의 바다 그 끝으로
나는 바닷가 사장沙場으로 밀려 밀려 나가는 조개 껍질인가?
오! 하늘가에 홀로 팔장끼고 우-뚝 선 저- 거무리는 그림자여......



고향故鄕

나는 북관北關에 혼자 앓어 누워서
어느 아침 의원醫員을 뵈이었다
의원醫員은 여래如來같은 상을 하고 관공關公의  수염을 드리워서
먼 옛적 어느 나라 신선 같은데
새끼손톱 길게 돋은 손을 내어
묵묵하니 한참 맥을 집더니
문득 물어 고향이 어데냐 한다
평안도 정주定州라는 곳이라 한즉
그러면 아무개씨氏 고향이란다
그러면 아무개씨를 아느냐 한즉
의원은 빙긋이 웃음을 띠고
막역지간幕逆之間이라며 수염을 쓴다
나는 아버지로 섬기는 이라 한즉
의원은 또 다시 넌즈시 웃고
말없이 팔을 잡어 맥을 보는데
손길은 따스하고 부드러워
고향도 아버지도 아버지의 친구도 다 있었다



이 밖에도 좋은시들이 많이 있었고, 향토적인 우리말도 많이 접할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백석 시인의 글을 더 많이 접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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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원호씨와 함께하는 감성여행 원호씨와 함께하는 감성여행

올해 다이어리를 정리하다가 다이어리에 적힌 시집 몇 편을 발견하고 이렇게 올려봅니다.
해마다 시집 몇권씩 읽는데...
그중에서 문태준씨 시집 맨발중에 다이어리에 적은 시들을 올려볼께요.

일단 이 작가님 정말 친근해 보이더군요.
시집 프로필에 나와있는 해맑게 웃는 사진이 옆집 동네 아저씨 같은 편안함으로 다가왔습니다. 
아니다 다를까 자연을 노래하는 싯구절 하나하나가 맑다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자연을 아름답게 표현하는 시들을 좋아해서 그런지 더 와닿았던 것 같네요.



따오기

논배미에서 산그림자를 딛고서서
꿈쩍도 않는 
늙은 따오기 
늙은 따오기의 몸에 깊은 생각이 머물다 지나가는 것이 보입니다.
어느날 내가 빈 못을 오도카니 바라보았듯이
쓸쓸함이 머물다 가는 모습은 저런 것일까요
산그림자가 서서히 따오기의 발목을 흥건하게 적시는 저녁이었습니다.



맨발 

 어물전 개조개 한마리가 움막 같은 몸 바깥으로 맨발
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죽은 부처가 슬피 우는 제자를 위해 관 밖으로 잠깐 발을 내밀어 보이듯이 맨발
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펄과 물속에 오래 담겨 있어 부르튼 맨발
 내가 조문하듯 그 맨발을 건드리자 개조개는 
 최초의 궁리인 듯 가장 오래하는 궁리인 듯 천천히 발
을 거두어갔다
 저 속도로 시간도 길도 흘러왔을 것이다
 누군가를 만나러 가고 또 헤어져서는 저렇게 천천히
돌아왔을 것이다
 늘 맨발이었을 것이다
 사랑을 잃고서는 새가 부리를 가슴에 묻고 밤을 견디
듯이 맨발을 가슴에 묻고 슬픔을 견디었으리라
 아- 하고 집이 울 때
 부르튼 맨발로 양식을 탁발하러 거리로 나왔을 것이다
 맨발로 하루 종일 길거리에 나섰다가 
 가난의 냄새가 벌벌벌벌 풍기는 움막 같은 집으로 돌
아오면 
 아- 하고 울던 것들이 배를 채워 
 저렇게 캄캄하게 울음도 멎었으리라



저물어가는 강마을에서 

어리숙한 나에게도 어느 때는 당신 생각이 납니다
당신의 눈에서 눈으로 산그림자처럼 옮겨가는 슬픔들

오지항아리처럼 우는 새는 더 큰 항아리인 강이 가둡니다

당신과 나 사이 
이곳의 어둠과 저 건너 마을의 어둠 사이에 
큰 둥근 바퀴 같은 강이 흐릅니다

강 건너 마을에서 소가 웁니다
찬 강에 는개가 축축하게 젖도록 우는 소를 어찌할 수 없습니다
낮 동안 새끼를 이별했거나 잃어버린 사랑이 있었거나 
목이 쉬도록 우는 소를 어찌할 수 없습니다
우는 소의 희고 둥근 눈망울을 잊을 수 없습니다

어리숙한 나에게도 어느 때는 당신 생각이 납니다



뻘 같은 그리움

 그립다는 것은 당신이 조개처럼 아주 천천히 뻘흙을
토해내고 있다는 말
 
 그립다는 것은 당신이 언젠가 돌로 풀을 눌러놓았었
다는 얘기

 그 풀들이 돌을 슬쩍슬쩍 밀어올리고 있다는 얘기

 풀들이 물컹물컹하게 자라나고 있다는 얘기



글 하나하나에 담긴 많은 의미들이 때로는 내 얘기 같고, 
때로는 동네아주머니 수다같이 이것저것 들으면서 많이 배우는것 같습니다. 
추운겨울 시집을 다시 한 번 정리 하면서 마음이 따듯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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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원호씨와 함께하는 감성여행 원호씨와 함께하는 감성여행